모폴레따 또는 무풀레따를 처음 보면 참깨가 뿌려진 둥근 빵으로 만든 빠니노처럼 보인다. 실제로 빵을 가르고 올리브오일과 안초비, 치즈 등을 넣어 먹으므로 넓은 의미에서는 빠니노와 비슷하다.
그러나 시칠리아에서 모폴레따는 단순히 속을 채운 샌드위치의 이름이 아니다. 겉에 참깨를 넉넉하게 묻혀 구운 둥글고 부드러운 전통 빵 자체를 가리킨다. 갓 구운 모폴레따에 올리브오일과 안초비, 소금, 후추를 넣어 먹는 방식까지 포함해 하나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소개한 빠네 쿤자또가 다양한 시골빵을 올리브오일과 토마토, 치즈 등으로 양념해 먹는 음식이라면, 모폴레따는 ‘모폴레따’라는 특정한 둥근 참깨빵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모폴레따일까, 무풀레따일까
시칠리아에서는 지역과 방언에 따라 Moffoletta, Muffoletta, Muffuletta, Muffuletto 등 여러 이름이 사용된다. 어느 하나만 옳고 나머지가 틀린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형태와 발음이 달라진 것이다.
한국어로 소개할 때도 ‘모폴레따’와 ‘무풀레따’를 함께 적으면 이러한 지역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이름의 정확한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빵의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과 관련되었다는 설명이 있지만 확실하게 하나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칠리아에서 이 이름이 둥글고 부드러운 빵을 가리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참깨가 풍성한 둥근 빵
모폴레따는 고운 듀럼 세몰라와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과 올리브오일로 만든다. 반죽을 둥글고 납작하게 성형한 뒤 표면에 참깨를 넉넉히 묻혀 굽는다.
레시피에 따라 소량의 꿀이나 몰트를 넣고, 아니스나 야생 펜넬 씨앗으로 향을 내기도 한다. 겉은 살짝 단단하지만 속은 폭신하고 부드러워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흡수하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참깨의 고소한 향과 듀럼밀 특유의 담백한 맛이 있어 특별한 속재료를 넣지 않아도 맛있다. 시칠리아에서는 빵이 아직 따뜻할 때 반으로 갈라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만 뿌려 먹기도 한다.
망자의 날에 먹는 모폴레따
모폴레따는 특히 11월 2일 망자의 날인 Festa dei Morti와 깊은 관련이 있다.
팔레르모를 비롯한 시칠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아침 갓 구운 모폴레따에 새로 짠 올리브오일과 안초비, 소금과 후추를 넣어 먹는 전통이 있다. 가정에 따라 토마토와 오레가노, 프리모살레 또는 까치오까발로를 더하기도 한다.
리꼬따를 넣으면 더욱 부드럽고 풍성한 맛이 난다. 치즈를 더한 모폴레따를 재료가 서로 ‘결혼했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 지역과 가정도 있다.
따뜻한 빵에 올리브오일이 스며들고 안초비의 짠맛과 치즈의 고소한 맛, 후추의 향이 어우러진다. 화려한 조리법은 없지만 갓 구운 빵과 좋은 오일이 맛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시칠리아 음식이다. 시칠리아식 모폴레따와 망자의 날 전통
지역마다 달라지는 속재료
모폴레따에는 하나로 고정된 속재료가 없다. 기본은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이며 여기에 지역과 가정에 따라 재료를 더한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 안초비
- 소금과 후추
조금 더 풍성하게 먹을 때는 다음 재료가 더해진다.
- 토마토와 오레가노
- 프리모살레
- 까치오까발로
- 리꼬따
- 뻬꼬리노
- 고추 또는 페페론치노
깔타니쎄따 일대에서는 리꼬따와 까치오까발로, 후추를 넣은 모폴레따도 만날 수 있다. 팔레르모에서는 모폴레따와 비슷한 둥근 빵을 빠니 까 메우사에 사용하기도 한다.
모폴레따는 특정한 속재료 조합보다 빵의 형태와 참깨 향, 빵에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중요한 음식이다.
일반적인 빠니노와 무엇이 다를까
| 구분 | 일반적인 빠니노 | 시칠리아식 모폴레따 |
| 중심 | 빵 사이에 넣는 속재료 | 둥근 참깨빵 자체 |
| 빵 | 치아바타·포카차 등 다양함 | 부드럽고 둥근 모폴레따 |
| 기본 양념 | 소스나 스프레드 | 올리브오일·소금·후추 |
| 전통 재료 | 햄·치즈·채소 등 자유로움 | 안초비·치즈·토마토·오레가노 |
| 문화적 배경 | 일상적인 샌드위치 | 망자의 날 등 시칠리아의 전통과 연결 |
일반 빠니노에서는 햄과 치즈 등 속재료가 중심이 되지만, 모폴레따에서는 참깨빵과 올리브오일의 향이 가장 중요하다. 재료를 높이 쌓기보다 따뜻한 빵에 오일과 안초비의 감칠맛을 스며들게 한다.
살라미가 여러 겹 들어간 것은 뉴올리언스식이다
인터넷에서 모폴레따나 무풀레따를 검색하면 살라미, 햄, 모르따델라와 치즈가 여러 층으로 쌓인 거대한 샌드위치가 많이 나온다. 빵의 위아래에는 잘게 다진 올리브와 절인 채소도 가득 들어 있다.
이 음식은 시칠리아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시칠리아 이민자에 의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한 무풀레따 샌드위치이다.
시칠리아 출신 살바토레 루포가 1906년 뉴올리언스의 센트럴 그로서리에서 둥근 참깨빵에 올리브 샐러드와 살루미, 치즈를 한꺼번에 넣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ntral Grocery의 무풀레따 역사
뉴올리언스식 역시 시칠리아의 빵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시칠리아의 전통적인 모폴레따와는 별개의 이탈리아계 미국 음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에서 응용하기
한국에서는 고운 듀럼 세몰라와 강력분을 섞어 모폴레따 빵을 만들 수 있다. 세몰라를 구하기 어렵다면 강력분만 사용해도 되지만, 듀럼 세몰라를 섞으면 담백한 곡물 향과 노르스름한 빛을 살릴 수 있다.
반죽을 둥글고 약간 납작하게 성형한 뒤 표면에 물을 바르고 참깨를 넉넉히 묻힌다. 빵이 지나치게 딱딱해지지 않도록 구워 속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모살레는 물기를 제거한 생모짜렐라나 순한 페타로 대신할 수 있다. 까치오까발로가 없다면 어린 프로볼로네나 순한 반경성 치즈를 사용하면 된다.
한국에서 만들기 좋은 조합은 다음과 같다.
- 올리브오일·안초비·후추
- 토마토·모짜렐라·안초비·오레가노
- 리꼬따·안초비·후추
- 구운 가지·모짜렐라·오레가노
- 참치·토마토·양파·치즈
- 물기를 제거한 얼갈이배추·치즈·안초비
한국식으로 응용하더라도 살라미와 햄을 여러 겹 쌓기보다는 빵과 올리브오일의 맛이 살아 있도록 속재료를 단순하게 구성하는 편이 좋다.
빵을 살짝 데워 따뜻할 때 가르고, 단면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뿌린다. 안초비와 치즈에 이미 염분이 있으므로 소금은 마지막에 맛을 본 뒤 조절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참깨빵 빠니노처럼 보이지만, 모폴레따는 시칠리아의 축일과 빵 문화가 담긴 음식이다. 좋은 빵과 올리브오일, 안초비와 치즈만으로 충분한 맛을 만드는 소박함이 이 음식의 진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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