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팔레르모의 속이 꽉 찬 빵, 라바짜따(Ravazzata)|한국 야채 고로케와 닮은 시칠리아 길거리 음식

corita40019 2026. 7. 29. 21:54

라바짜따(Ravazzata)를 처음 보면 어린 시절 빵집에서 자주 사 먹던 야채 고로케가 떠오른다. 동그랗고 노릇노릇한 빵 안에 다진 고기와 채소가 가득 들어 있을 것 같은 모습 때문이다. 특히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고로케에는 잘게 썬 야채와 후추가 넉넉하게 들어 있어, 라바짜따의 속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맛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라바짜따를 반으로 갈라보면 한국식 야채 고로케와는 제법 다른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바짜따는 시칠리아, 그중에서도 팔레르모를 대표하는 로스티체리아(rosticceria) 음식이다. 로스티체리아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 칼초네, 아란치나와 각종 짭짤한 빵을 판매하는 이탈리아식 즉석 음식점을 말한다. 팔레르모의 바와 로스티체리아 진열대에서 라바짜따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페초 디 로스티체리아’, 즉 한 끼가 될 만큼 든든한 빵 한 조각이다. Nero di Seppia

고로케가 아니라 오븐에 구운 브리오슈 빵

한국의 고로케는 보통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기지만, 정통 라바짜따는 부드러운 발효 반죽에 속을 넣고 오븐에서 굽는다. 반죽에는 밀가루와 이스트뿐 아니라 설탕과 라드가 들어가므로 일반 식사빵보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달다. 겉에는 달걀물을 바르고 참깨를 뿌려 윤기 나는 황금빛으로 구워낸다.

그래서 겉은 바삭한 고로케보다는 폭신한 브리오슈나 부드러운 햄버거 번에 가깝다. 달콤한 기운이 살짝 도는 빵과 짭짤하고 진한 라구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속에는 야채 대신 라구와 완두콩

라바짜따의 전통적인 속은 여러 종류의 야채를 볶아 넣은 고로케 소가 아니라, 다진 고기와 완두콩으로 만든 되직한 라구이다. 양파·당근·셀러리를 잘게 썰어 볶고 다진 고기, 토마토, 와인, 월계수잎 등을 넣어 수분이 거의 남지 않을 때까지 졸인다. 마지막에는 완두콩과 후추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잘게 썬 양파와 당근, 셀러리가 들어가고 후추 향도 느껴지기 때문에, 맛의 기억에서는 한국의 야채 고로케와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라바짜따는 채소의 아삭한 식감보다 진한 고기 라구와 토마토의 감칠맛이 중심이다. 속이 묽으면 빵이 젖거나 터지기 때문에 라구를 충분히 졸여 차갑게 식힌 다음 넣는 것이 중요하다. Sonia Peronaci

튀긴 라바짜따도 있을까?

라바짜따와 거의 같은 반죽과 속을 사용하면서 빵가루를 묻혀 튀긴 음식도 있다. 팔레르모에서는 이것을 **릿쭈올라(Rizzuola)**라고 부른다. 부드럽고 달콤한 발효 반죽 안에 고기와 완두콩 라구를 넣는 것은 같지만, 라바짜따는 오븐에 굽고 릿쭈올라는 튀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먹었던 한국식 고로케와 외형뿐 아니라 조리법까지 가장 가까운 음식은 라바짜따보다는 릿쭈올라라고 할 수 있다. 라바짜따가 폭신하고 부드러운 ‘라구빵’이라면 릿쭈올라는 겉이 바삭한 ‘시칠리아식 고로케’에 가깝다. Rizzuola 설명

라바짜따는 화려한 요리는 아니지만 팔레르모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어온 음식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손에 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 안에 진한 라구를 듬뿍 넣어,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든든하다.

한국의 옛날 야채 고로케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무척 친숙한 모습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시칠리아의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고 살짝 달콤한 빵, 진한 고기 라구, 톡톡 씹히는 완두콩과 후추 향. 라바짜따는 빵과 라구를 한입에 맛보도록 만든 팔레르모식 든든한 간식이다.

 

한국에서 라바짜따 응용하기

라바짜따의 재료는 대부분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시칠리아 식재료가 필요하지 않아 가정에서 비교적 편하게 재현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입니다.

1. 한국식 야채 고로케의 추억을 더한 버전

정통 라바짜따는 다진 고기와 완두콩 라구가 중심이지만, 한국식 야채 고로케와 비슷한 맛으로 응용하고 싶다면 양파·당근·셀러리 외에 잘게 다진 감자, 양배추 또는 피망을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다만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수분이 생기므로, 모든 재료를 충분히 볶아 물기를 날려야 합니다. 후추를 넉넉히 넣으면 어린 시절 빵집에서 먹었던 야채 고로케와 더욱 가까운 향을 낼 수 있습니다.

2.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섞기

정통 레시피에는 송아지고기나 쇠고기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이 준비할 수 있습니다.

  • 다진 쇠고기만 사용하면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1로 섞으면 속이 더 부드럽고 진해집니다.
  • 다진 돼지고기만 사용하면 경제적이고 친숙한 고로케 맛에 가까워집니다.

한국식으로 응용하더라도 간장이나 참기름을 많이 넣기보다는 토마토와 후추의 맛을 살리는 것이 라바짜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간장은 감칠맛을 보충하는 정도로 ½작은술만 넣을 수 있습니다.

3. 완두콩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재료

냉동 완두콩을 사용하면 가장 간단합니다. 완두콩을 좋아하지 않거나 구하기 어렵다면 옥수수나 잘게 썬 그린빈을 조금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옥수수는 단맛이 강하므로 많이 넣으면 한국식 샐러드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4. 라드가 없을 때

팔레르모식 로스티체리아 반죽에는 전통적으로 라드가 사용됩니다. 한국에서 라드를 구하기 어렵다면 같은 양의 무염버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 라드: 가장 전통적이며 빵이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 무염버터: 풍미가 진하고 브리오슈 같은 맛이 납니다.
  • 올리브오일: 사용할 수 있지만 반죽의 식감과 향이 달라집니다.

한국식 고로케의 익숙한 풍미를 원한다면 무염버터가 가장 무난합니다.

5. 튀긴 고로케처럼 만들기

어린 시절 먹었던 야채 고로케처럼 바삭하게 만들고 싶다면 속을 채운 반죽에 달걀물과 빵가루를 입혀 튀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면 엄밀히 말해 구운 라바짜따가 아니라 팔레르모의 **릿쭈올라(Rizzuola)**에 가까워집니다.

기름이 부담스럽다면 표면에 오일을 가볍게 뿌리고 에어프라이어에서 구울 수도 있습니다. 정통 방식은 아니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 때 주의할 점

라구는 반드시 되직하게 졸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속에 수분이 많으면 발효 반죽이 축축해지고, 굽는 동안 봉합 부분이 벌어져 라구가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완성된 라구는 주걱으로 밀었을 때 팬 바닥에 물기가 남지 않을 정도로 졸여야 합니다.

속을 완전히 식혀 넣습니다

뜨겁거나 미지근한 라구를 반죽에 넣으면 이스트 반죽이 늘어지고 표면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라구는 가능하면 전날 만들어 냉장 보관한 뒤 사용합니다.

감자와 채소를 과하게 넣지 않습니다

한국식으로 응용하더라도 감자와 채소가 고기보다 많아지면 라바짜따보다는 일반 야채 고로케에 가까워집니다. 라바짜따의 특징을 살리려면 다진 고기와 토마토 라구를 중심으로 하고, 채소는 풍미를 보충하는 정도로 넣습니다.

반죽을 너무 달게 만들지 않습니다

라바짜따 반죽에는 설탕이 들어가지만 디저트처럼 달지는 않습니다. 설탕은 발효를 돕고 팔레르모 로스티체리아 특유의 은은한 단맛을 내는 정도로 사용합니다. 설탕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짭짤한 라구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속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습니다

속을 많이 넣으면 맛있어 보이지만 봉합하기 어렵고 오븐에서 터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죽 60~70g당 라구 35~40g 정도가 다루기 편합니다. 봉합한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팬에 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깨를 잊지 않습니다

표면의 참깨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부드럽고 살짝 달콤한 빵과 진한 라구 사이에 고소한 향을 더해 라바짜따다운 맛을 완성합니다. 달걀물이나 달걀과 우유를 섞은 것을 얇게 바른 뒤 참깨를 뿌려 구우면 윤기 있는 황금빛 표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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