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리쭈올라(Rizzuola), 한국의 옛날 고로케를 꼭 닮은 팔레르모 길거리 음식

corita40019 2026. 7. 29. 22:09

앞서 소개한 라바짜따(Ravazzata)를 보며 어린 시절 빵집에서 자주 사 먹었던 야채 고로케가 떠올랐다. 동그랗고 노릇노릇한 빵 안에 다진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는 모습은 비슷했지만, 라바짜따는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이 아니라 오븐에서 구운 부드러운 라구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리쭈올라(Rizzuola)**는 정말 한국의 옛날 고로케와 닮았다. 부드러운 발효 반죽 안에 속을 채우고, 겉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다는 조리법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라바짜따의 튀긴 자매, 리쭈올라

리쭈올라는 시칠리아, 그중에서도 팔레르모의 로스티체리아 문화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이다. 아란치나, 라바짜따, 칼초네 등과 함께 팔레르모의 바와 로스티체리아 진열대를 채우는 든든한 간식이다.

리쭈올라와 라바짜따는 반죽과 속재료가 거의 같다. 은은한 단맛이 나는 부드러운 브리오슈풍 발효 반죽 안에 다진 고기와 완두콩으로 만든 되직한 라구를 넣는다.

차이는 마지막 조리 과정에서 생긴다.

  • 라바짜따는 달걀물을 바르고 참깨를 뿌려 오븐에 굽는다.
  • 리쭈올라는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다.

따라서 라바짜따가 폭신하고 부드러운 라구빵이라면, 리쭈올라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폭신한 팔레르모식 고로케라고 표현할 수 있다. 리쭈올라가 라바짜따의 튀긴 버전이라는 설명은 팔레르모의 여러 전통 레시피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리쭈올라 설명, 전통 조리법

감자 대신 고기와 완두콩 라구

겉모습과 조리법은 한국의 고로케와 닮았지만 속재료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옛날 야채 고로케에는 감자, 당근, 양파, 양배추와 다진 고기 등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후추를 넉넉히 넣어 알싸한 향을 내기도 했다.

반면 팔레르모식 리쭈올라의 중심은 감자가 아니라 고기 라구이다. 양파·당근·셀러리를 잘게 다져 볶고, 다진 쇠고기나 쇠고기와 돼지고기, 토마토, 와인, 월계수잎, 완두콩 등을 넣어 수분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졸인다.

라구를 충분히 식힌 뒤 발효 반죽에 넣어 동그랗게 봉합하고, 달걀물이나 밀가루 반죽물을 묻힌 다음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완성된 리쭈올라는 겉은 바삭하지만 빵 부분은 구름처럼 부드럽고, 안에서는 진하고 촉촉한 라구와 완두콩이 나타난다. 리쭈올라 레시피

크로켓과 빵 고로케 사이

이탈리아에도 감자를 으깨 빵가루를 입혀 튀기는 크로켓이 있다. 그러나 리쭈올라는 감자 반죽으로 만드는 크로켓이 아니다.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빵 반죽이 라구를 감싸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옛날 빵집에서 판매하던 빵 고로케와 훨씬 비슷하다.

겉의 얇고 바삭한 빵가루, 그 아래의 폭신하고 살짝 달콤한 빵, 중심의 짭짤한 라구가 차례로 나타난다. 한입 안에서 바삭함과 부드러움, 달콤함과 짭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리쭈올라의 매력이다.

크기도 작은 간식이라기보다 한 개만 먹어도 든든한 편이다. 팔레르모에서는 달콤한 코르네또 대신 리쭈올라나 라바짜따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고 한다. 팔레르모 로스티체리아 문화

리쭈올라라는 이름의 유래는?

리쭈올라는 팔레르모의 오래된 대중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름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실하게 설명하는 기록은 많지 않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서 유래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팔레르모 로스티체리아 문화 속에서 발전한 전통 음식으로 소개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에서 리쭈올라 응용하기

리쭈올라는 특별한 시칠리아 식재료가 없어도 만들 수 있어 한국에서 재현하기 좋은 음식이다. 다진 고기, 냉동 완두콩, 토마토 페이스트와 빵가루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기본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옛날 야채 고로케처럼 만들기

어린 시절 먹었던 야채 고로케의 맛을 더하고 싶다면 라구에 잘게 다진 감자, 양배추 또는 피망을 소량 넣을 수 있다. 후추를 조금 넉넉하게 넣으면 친숙한 알싸한 풍미가 살아난다.

다만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고기 라구의 맛이 약해지고 일반적인 야채 고로케에 가까워진다. 리쭈올라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다진 고기와 토마토 라구를 중심으로 하고 채소는 보조 재료로만 사용해야 한다.

고기와 지방 대체하기

다진 쇠고기만 사용하면 깔끔한 맛이 나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1로 섞으면 속이 더 부드럽고 풍성해진다. 돼지고기만 사용하면 경제적이며 한국식 고로케와 가까운 친숙한 맛을 낼 수 있다.

팔레르모식 로스티체리아 반죽에 사용하는 라드는 같은 양의 무염버터로 대체할 수 있다. 버터를 넣으면 전통적인 맛과는 조금 달라지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반죽을 만들 수 있다.

남은 라구 활용하기

볼로네제 라구나 미트소스가 남았다면 충분히 졸인 뒤 리쭈올라의 속으로 활용할 수 있다. 냉동 완두콩과 후추를 더하면 전통적인 속재료와 한층 가까워진다.

그러나 시판 스파게티소스는 수분과 당분이 많은 경우가 있다.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다진 고기와 함께 볶아 되직하게 졸여야 한다.

만들 때 주의할 점

라구는 물기가 없어야 한다

리쭈올라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라구에 수분이 많으면 빵 반죽을 봉합하기 어렵고, 튀기는 동안 틈이 벌어져 뜨거운 기름이 튈 수 있다.

라구는 주걱으로 팬 바닥을 밀었을 때 물기가 흘러들지 않을 정도로 졸인다. 가능하다면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서 충분히 식혀두는 것이 좋다.

속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다

속을 과하게 넣으면 발효 중 반죽이 벌어지거나 튀기는 동안 터질 수 있다. 반죽 가장자리에는 소스가 묻지 않도록 하고, 오므린 부분을 손가락으로 꼼꼼하게 눌러 봉합해야 한다.

빵가루를 너무 두껍게 묻히지 않는다

빵가루가 너무 두꺼우면 겉은 빠르게 갈색으로 변하지만 내부 반죽은 익지 않을 수 있다. 달걀물이나 묽은 밀가루 반죽물을 얇게 묻힌 뒤 고운 빵가루를 가볍게 입히는 것이 좋다.

한국식 굵은 습식 빵가루를 사용하면 훨씬 거칠고 바삭한 고로케가 된다. 전통적인 리쭈올라와 가까운 표면을 원한다면 입자가 고운 건식 빵가루가 더 적합하다.

기름이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

리쭈올라는 이미 익힌 감자 크로켓이 아니라 생 발효 반죽을 튀기는 음식이다. 기름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겉만 빠르게 타고 안쪽의 빵 반죽은 익지 않는다.

약 160~170℃의 기름에서 한꺼번에 많이 넣지 말고 천천히 굴려가며 튀기는 것이 안전하다. 튀긴 뒤에는 망이나 종이 위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제거한다.

리쭈올라는 우리가 기억하는 빵집 고로케와 무척 가까우면서도, 속을 열어보면 팔레르모의 진한 라구 문화를 품고 있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의 익숙한 맛을 떠올리게 하면서 새로운 시칠리아의 풍미까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길거리 음식 가운데 특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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