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의 프리미를 이어서 소개할 음식은 **프레굴라 콘 아르셀레(Fregula con arselle)**다. 사르데냐어로는 **프레굴라 꾼 꼬출라(Fregula cun cocciula)**라고 부르는 칼랴리와 깜삐다노 지역의 대표적인 해산물 파스타다.
프레굴라는 듀럼밀 세몰라와 물로 만드는 사르데냐 전통 파스타다. 커다란 도기 그릇에 세몰라를 담고 물을 조금씩 뿌리면서 손끝으로 둥글게 굴려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갱이를 말린 뒤 오븐에서 가볍게 구워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겉모습만 보면 꾸스꾸스와 비슷하지만 프레굴라는 알갱이가 더 크고 크기도 일정하지 않다. 손으로 굴려 만들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비교적 큰 것까지 자연스럽게 섞이며, 구워진 정도에 따라 색도 밝은 노란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다양하다. 이 불규칙함이 바로 수제 프레굴라의 특징이다.
**아르셀레(arselle)**는 사르데냐에서 조개, 특히 봉골레 베라치로 불리는 바지락류를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르셀라가 텔리나처럼 더 작고 납작한 조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르데냐의 프레굴라 콘 아르셀레에는 일반적으로 봉골레와 비슷한 조개를 사용한다.
조개를 익히면서 나온 육수는 버리지 않고 곱게 걸러 프레굴라를 익히는 데 사용한다. 프레굴라가 조개의 짭조름한 육수와 토마토 소스를 천천히 흡수하면서 알갱이 속까지 바다의 풍미가 스며든다. 완성된 음식은 국물이 완전히 마른 파스타보다는 리조또와 수프의 중간처럼 촉촉하고 자작한 상태가 전통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프레굴라와 아르셀레, 마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토마토, 말린 토마토, 파슬리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화이트와인이나 페페론치노를 넣기도 하며, 토마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조개 육수로만 하얗게 만드는 버전도 있다.
이 음식의 매력은 사르데냐의 두 가지 식문화를 한 그릇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듀럼밀을 재배하고 파스타를 만들어 온 내륙의 농경문화와 지중해에서 조개를 잡아 온 해안의 어업문화가 프레굴라 한 알 한 알 안에서 어우러진다.
말로레뚜스가 사르데냐의 목축과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파스타라면, 프레굴라 콘 아르셀레는 섬을 둘러싼 바다의 풍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리모다. 작고 투박해 보이는 파스타 알갱이가 조개 육수를 머금으면, 놀랄 만큼 깊고 진한 맛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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