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프레굴라 콘 아르셀레(Fregula con arselle)**가 사르데냐의 바다를 담은 음식이라면, 이번에 소개할 **프레굴라 콘 쌀씨챠(Fregula con salsiccia)**는 섬의 농촌과 목축문화를 보여주는 프리모다.
프레굴라는 듀럼밀 세몰라에 물을 조금씩 더하면서 손으로 굴려 만드는 사르데냐 전통 파스타다. 작은 알갱이를 건조한 뒤 오븐에서 가볍게 굽기 때문에 일반 파스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고소한 풍미가 있다. 모양은 꾸스꾸스와 비슷하지만 알갱이가 더 크고 불규칙하며, 단단한 표면 덕분에 육수와 소스를 충분히 머금는다.
프레굴라 콘 쌀씨챠에는 보통 생 쌀씨챠의 껍질을 벗기고 잘게 부순 고기를 사용한다. 사르데냐식 쌀씨챠는 돼지고기에 후추와 향신료를 넣어 만들며, 제품이나 지역에 따라 야생 펜넬씨드나 마늘 향이 더해지기도 한다. 고기를 양파와 함께 충분히 볶으면 쌀씨챠에서 나온 지방과 향이 프레굴라 알갱이에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프레굴라는 삶아서 소스에 버무리기보다 팬이나 냄비에 직접 넣고 뜨거운 육수를 조금씩 부어 익힌다. 조리법만 보면 리조또와 비슷하다. 프레굴라가 육수를 흡수하면서 전분을 내놓기 때문에 소스가 걸쭉해지고, 작은 알갱이 사이사이에 쌀씨챠가 고르게 섞인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양파와 쌀씨챠를 볶은 뒤 프레굴라와 육수를 넣고 익혀 뻬꼬리노 사르도를 갈아 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토마토 파사따를 넣으면 보다 진하고 익숙한 토마토소스 버전이 되고, 사프란을 풀면 사르데냐 특유의 향과 황금빛을 더할 수 있다. 버섯이나 아티초크를 넣어 계절감을 살린 변형도 잘 어울린다.
말로레뚜스 알라 깜삐다네제와 재료가 비슷해 보이지만 먹는 느낌은 다르다. 말로레뚜스는 골이 있는 파스타에 토마토와 쌀씨챠 소스가 달라붙는 방식이라면, 프레굴라는 육수와 고기의 맛을 알갱이 속으로 직접 흡수한다. 따라서 소스를 먹는 파스타라기보다 진한 고기 육수를 머금은 파스타에 가깝다.
프레굴라 콘 쌀씨챠는 하나의 엄격한 공식으로만 만드는 음식은 아니다. 토마토를 넣거나 빼고, 사프란이나 채소를 더하는 등 가정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공통점은 투박한 프레굴라와 짭조름한 쌀씨챠, 뻬꼬리노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든든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해산물을 사용한 프레굴라 콘 아르셀레가 여름의 사르데냐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면, 프레굴라 콘 쌀씨챠는 서늘한 계절의 농가 식탁과 잘 어울린다. 소박한 재료로 깊은 맛을 만드는 사르데냐 가정식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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