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에는 기계는 물론 숙련되지 않은 사람의 손으로도 쉽게 만들 수 없는 파스타가 있다. 이름은 수 필린데우(Su filindeu), 우리말로 옮기면 ‘신의 실’이라는 의미다.
수 필린데우는 누오로와 바르바자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극도로 가는 실 모양의 파스타다. 듀럼밀 세몰라와 물, 소금만으로 만들지만 반죽의 탄력을 손끝으로 판단하며 수백 가닥의 실로 늘여야 한다. 전수자가 매우 적어 흔히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파스타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다.
반죽을 만드는 과정부터 다른 파스타와 다르다. 세몰라와 물을 오랫동안 치대어 부드럽고 탄력 있는 상태로 만든 뒤, 필요할 때마다 소금물을 손에 묻혀 수분과 염도를 조절한다. 정확한 물의 양이나 반죽 시간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손끝으로 반죽의 저항과 탄력을 느껴야 한다.
적당한 크기로 떼어낸 반죽은 두 손 사이에서 길게 늘이고 다시 접는 작업을 여덟 차례 반복한다. 접을 때마다 가닥의 수가 늘어나면서 마지막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실이 된다. 조금만 힘이 다르거나 반죽의 수분이 맞지 않아도 가닥이 끊어지기 때문에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완성된 실은 **수 푼두(su fundu)**라 불리는 둥근 나무판 위에 방향을 바꾸어가며 세 겹으로 펼친다. 예전에는 아스포델로 줄기로 엮은 판을 사용하기도 했다. 햇볕과 바람에 말리면 가느다란 실들이 서로 붙으면서 얇은 거즈나 섬세한 직물 같은 원형의 파스타 판이 만들어진다.
말린 필린데우는 손으로 적당한 크기로 부순 뒤 뜨거운 양고기 육수에 직접 넣어 익힌다. 마지막에 뻬꼬리노 조각이나 얇게 깎은 치즈를 더하면 육수의 열에 치즈가 부드럽게 녹으면서 진하고 따뜻한 수프가 완성된다.
수 필린데우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파스타가 아니다. 누오로에서 룰라의 산 프란체스코 성소까지 걸어가는 순례와 수 세기 동안 함께해 온 종교 음식이다. 순례자들은 한밤중 누오로의 솔리뚜디네 성당을 출발해 30km가 넘는 길을 걷거나 말을 타고 다음 날 아침 성소에 도착한다.
5월과 10월에 열리는 산 프란체스코 축제 기간에는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양고기 육수에 끓인 수 필린데우를 나누어준다. 긴 밤길을 걸어온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하는 음식이었다.
사르데냐 출신의 노벨문학상 작가 그라치아 델레다도 누오로의 민속과 전통을 기록한 글에서 필린데우를 언급했다. 이 파스타가 단순한 향토음식을 넘어 바르바자 사람들의 신앙과 환대를 상징해 왔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장인들이 새로운 세대에게 기술을 전하면서 수 필린데우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반죽의 상태를 수치가 아닌 손의 감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짧은 시간에 배우기는 여전히 어렵다.
수 필린데우는 화려한 소스도 값비싼 재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세몰라와 물, 소금으로 만든 가느다란 실에 양고기 육수와 뻬꼬리노를 더할 뿐이다. 하지만 그 한 그릇 안에는 반죽을 늘이는 장인의 손, 순례자가 걸어온 긴 길과 이들을 맞이하는 마을의 환대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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