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의 길거리 음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멀리서부터 하얀 연기와 강렬한 고기 냄새가 다가온다. 빠넬레를 튀기는 고소한 냄새와는 확실히 다르고, 빠니 카 메우사보다도 거칠고 원초적인 느낌을 준다.
그 연기를 따라가면 숯불 앞에서 긴 꼬치를 굽고 있는 스티기올라루(Stigghiularu)를 만날 수 있다. 스티기올라루는 스티기올라를 전문적으로 굽고 판매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팔레르모식 명칭이다.
스티기올라(Stigghiola)는 깨끗하게 손질한 양이나 어린 염소의 창자를 파슬리와 대파 또는 어린 양파 줄기에 감아 꼬치에 끼운 뒤 숯불에 굽는 팔레르모의 전통 길거리 음식이다. 소나 송아지의 창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 구워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레몬즙을 넉넉하게 더한다. 양념은 매우 단순하지만 숯불 향과 내장의 지방, 파슬리와 양파의 향이 어우러져 강렬한 맛을 낸다.
버리는 부위 없이 사용했던 서민 음식
스티기올라는 값비싼 고기를 구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동물의 창자까지 버리지 않고 활용하면서 발전한 꾸치나 뽀베라(Cucina povera), 즉 서민 음식의 전통에 속한다.
창자는 손질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특유의 향도 강하지만, 숯불에서 천천히 구우면 표면은 노릇하고 바삭해지며 안쪽에는 지방의 고소함이 남는다. 파슬리와 양파는 향을 더하는 동시에 내장의 강한 풍미를 부드럽게 정리한다.
‘스티기올라’라는 이름은 창자 또는 내장을 뜻하는 라틴어 엑스틸리아(Extilia), 특히 그 축소형인 엑스틸리올라(Extiliola)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있다. 조리 방식은 양의 내장을 꼬치에 감아 숯불에 굽는 그리스의 코코레치(Kokoretsi)와 연결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오랫동안 지중해 여러 지역에서 이어진 내장 요리가 시칠리아에서 독특한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오늘날 스티기올라는 이탈리아의 전통 농식품을 뜻하는 PAT(Prodotto Agroalimentare Tradizionale)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다.
연기까지 음식의 일부가 되는 길거리 요리
스티기올라의 특징은 맛뿐 아니라 굽는 풍경에 있다.
스티기올라루가 숯불 위에 꼬치를 올리면 창자의 지방이 불 위로 떨어지며 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와 냄새가 멀리 있는 사람들을 노점으로 불러들이는 자연스러운 간판이 된다.
이탈리아 관광청도 발라로 시장을 소개하며, 튀김 냄새가 나면 빠넬레를 찾을 수 있고 고기 냄새가 섞인 연기가 보이면 스티기올라가 구워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Italia.it
팔레르모의 발라로, 부치리아, 카포, 보르고 베키오 같은 시장에서는 빠니 카 메우사, 프리똘라, 빠넬레와 함께 스티기올라를 만날 수 있다. 팔레르모의 음식 가운데서도 재료와 향이 강한 편이지만, 이 도시의 거칠고 생생한 길거리 음식 문화를 이해하려면 빼놓기 어려운 음식이다. 이탈리아 관광청
어떻게 만들고 먹을까?
전통적인 팔레르모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양이나 어린 염소의 창자를 물과 소금으로 여러 차례 깨끗하게 손질한 다음, 파슬리와 대파 또는 어린 양파 줄기에 길게 감는다. 꼬치에 고정해 숯불 위에서 안팎이 완전히 익도록 돌려가며 굽는다.
구운 스티기올라는 작은 조각으로 잘라 소금과 후추, 레몬즙만 더해 뜨거울 때 먹는다. 지방이 식으면 질기고 무거운 식감이 강해지므로 막 구운 상태에서 바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손질된 양 창자나 어린 염소 창자를 구하기 어렵다. 전문적으로 손질하여 판매하는 식용 소곱창이나 소창을 이용하면 숯불 내장 꼬치라는 기본적인 분위기를 응용할 수 있다.
손질한 곱창을 길게 펴서 대파와 미나리 또는 이탈리안 파슬리 줄기에 감고 꼬치에 고정한 뒤 숯불이나 그릴에서 구울 수 있다. 다 구운 뒤 소금, 후추와 레몬즙을 뿌리면 한국식 곱창구이와는 다른 산뜻한 맛을 낼 수 있다.
다만 소곱창을 사용하면 정통 스티기올라와는 재료와 식감이 다르므로 ‘스티기올라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식 응용 요리’라고 구분해 소개하는 것이 정확하다.
내장은 단순히 소금물이나 레몬물에 씻는 것만으로 안전해지는 재료가 아니다. 반드시 식용으로 전문 손질된 제품을 구입하고, 생내장이 다른 식재료나 조리 도구에 닿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 불에 그을린 겉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미국 농무부는 소의 내장과 부산물을 중심 온도 71℃ 이상으로 익힐 것을 권고한다. USDA 식품안전 지침
스티기올라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오는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한정된 재료를 남김없이 사용했던 생활의 지혜, 숯불과 연기로 손님을 불러 모으는 시장의 풍경, 그리고 팔레르모 사람들의 솔직하고 강렬한 입맛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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