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스티기올라(Stigghiola)가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을 숯불에 구워 먹는 음식이라면, 꾸아루메(Quarume)는 소나 송아지의 여러 위와 장 부위를 채소 국물에 오랫동안 끓여 먹는 팔레르모의 전통 음식이다.
두 음식 모두 내장을 버리지 않고 활용한 팔레르모 서민 음식에서 출발했지만 맛과 조리법은 상당히 다르다. 스티기올라가 숯불 향과 쫄깃한 식감을 강조한다면, 꾸아루메는 푹 익힌 내장의 부드러운 식감과 따뜻하고 진한 국물을 즐기는 음식이다.
꾸아루메는 이탈리아어로 칼두메(Caldume), 시칠리아 방언으로 꾸아루미(Quarumi) 또는 꾸아루메(Quarume)라고 불린다. 이름은 ‘뜨거운 음식’을 뜻한다는 설명도 있고, 내장을 끓이는 커다란 솥인 ‘꾸아라라(quarara)’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팔레르모의 전통 시장에서는 꾸아루메를 끓여 파는 사람을 ‘꾸아루마루(quarumaru)’라고 부른다. 커다란 솥 안에는 양, 벌집양, 천엽을 비롯한 여러 부위의 내장이 채소와 함께 끓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부드럽게 익은 내장과 뜨거운 국물을 함께 떠서 내주거나, 건더기만 건져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 레몬즙을 뿌려준다.
꾸아루메에는 전통적으로 송아지의 여러 위가 사용된다. 첫째 위인 루미네(rumine), 벌집 모양의 둘째 위 레티콜로(reticolo), 얇은 잎이 겹친 셋째 위 오마소(omaso), 넷째 위 아보마소(abomaso), 일부 장 부위를 함께 넣기도 한다.
여기에 양파, 당근, 셀러리, 토마토와 파슬리를 넣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화려한 향신료나 복잡한 양념을 사용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끓이는 동안 내장의 진한 맛과 채소의 단맛이 국물에 스며든다. 마지막에 더하는 레몬즙은 내장의 묵직한 맛을 산뜻하게 정리해 준다.
한국에서 꾸아루메 만들기
한국에서는 송아지의 여러 위를 한꺼번에 구하기 어려우므로 전문적으로 손질된 소 양, 벌집양과 천엽을 중심으로 만들면 된다. 소막창이나 소곱창을 조금 더하면 국물의 맛이 더욱 진해진다.
내장을 한 번 데쳐 헹군 다음 양파, 당근, 셀러리, 토마토, 파슬리와 함께 2시간 정도 푹 끓인다. 이미 초벌 삶은 내장을 사용한다면 조리 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완성된 꾸아루메는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 후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뿌린다. 셀러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대파의 흰 부분을 사용할 수 있고, 이탈리안 파슬리 대신 미나리를 마지막에 조금 올려도 내장과 잘 어울린다.
한국의 양곰탕이나 내장탕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마늘과 고춧가루, 된장을 많이 넣으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팔레르모식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면 채소로 담백하게 국물을 내고 레몬과 올리브오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내장은 반드시 위생적으로 처리된 식용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생내장을 소금이나 레몬으로 씻는 것만으로 안전하게 손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칼과 도마를 다른 식재료와 분리하고 중심까지 완전히 익혀야 한다.
꾸아루메는 내장이라는 재료 때문에 처음에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곰탕과 내장탕을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의외로 친숙하게 느껴질 만한 음식이기도 하다. 팔레르모의 시장에서 태어난 뜨거운 한 그릇에는 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했던 서민들의 지혜와 도시의 오래된 길거리 음식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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