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마팔다 시칠리아나(Mafalda siciliana), 왕녀의 이름을 가진 리본 모양 참깨빵

corita40019 2026. 7. 29. 23:28

빠네 디 렌티니에 이어 만나는 마팔다 시칠리아나(Mafalda siciliana) 역시 모양부터 눈길을 끄는 빵이다.
길게 늘인 반죽을 지그재그로 접어 놓은 모습이 뱀이나 리본, 아코디언처럼 보인다. 어떤 마팔다에는 남은 반죽 끝이 접힌 부분을 가로질러 놓여 있어 왕관이나 긴 머리 장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표면은 흰 참깨로 가득 덮여 있고, 빵의 굴곡마다 노릇하게 구워진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교차한다. 단순한 참깨빵처럼 보이지만 모양과 이름에는 시칠리아 제빵 문화와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시칠리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빵

마팔다 시칠리아나는 팔레르모, 아그리젠또와 칼타니쎄따를 비롯해 시칠리아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전통 빵이다.
듀럼밀 세몰라 리마치나타와 물, 이스트 또는 천연 발효종, 소금으로 반죽하며 표면에 참깨를 넉넉히 묻힌다. 지역과 제빵소에 따라 올리브오일이나 라드를 소량 넣기도 하고, 팔레르모에서는 밀가루를 섞어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마팔다의 겉껍질은 얇고 바삭하며 황금빛을 띤다. 속은 담황색이고 부드러우며 듀럼밀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난다. 참깨가 구워지면서 나는 고소한 향이 빵 전체를 감싼다. 마팔다 시칠리아나의 특징

마팔다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마팔다라는 이름은 사보이아 왕가의 마팔다 디 사보이아(Mafalda di Savoia) 왕녀에게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마팔다 왕녀는 비또리오 에마누엘레 3세와 엘레나 왕비의 딸로 1902년에 태어났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왕실의 탄생이나 결혼, 방문 같은 사건을 기념해 새로운 빵이나 파스타에 왕족의 이름을 붙이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마팔다라는 이름의 물결 모양 파스타인 마팔디네(Mafaldine)도 왕녀에게 헌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의 마팔다 빵 역시 20세기 초 어느 제빵사가 왕녀를 기념해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팔레르모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카타니아의 제빵사가 만들었다는 설이 함께 있어 정확한 도시와 제작자는 확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제빵사가 왕녀를 위해 만든 빵’이라는 이야기는 널리 전해지는 유래로 소개하되, 구체적인 인물과 장소까지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름에 관한 전승

리본인가, 뱀인가, 왕관인가?

마팔다의 대표적인 형태는 이탈리아어로 **세르펜티나(serpentina)**라고 표현하는 구불구불한 모양이다.
반죽을 길고 굵은 끈처럼 만든 다음 한쪽 끝에서부터 지그재그로 접는다. 반죽의 일부를 남겨 접힌 몸통 위를 길게 가로지르거나 마지막 부분을 옆으로 뻗어 마무리한다.
이 모양을 왕녀의 왕관이나 머리 장식에 비유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상징은 아니다. 실제 제빵에서는 구불구불한 형태 때문에 구워지는 면적이 넓어져 바삭한 껍질이 많이 생기고, 굴곡 사이마다 식감의 차이가 만들어진다.
마팔다에는 세르펜티나 이외에도 다양한 성형법이 전해진다.

  • 오키 디 산타 루치아(Occhi di Santa Lucia): 양 끝을 말아 두 개의 눈처럼 만든 형태
  • 코로나(Corona): 반달 형태에 칼집을 넣어 왕관처럼 펼쳐지게 만든 빵
  • 마팔디네(Mafaldine): 마팔다를 작게 만든 샌드위치용 빵

따라서 마팔다라는 이름은 하나의 고정된 모양만을 뜻하기보다 참깨를 묻힌 시칠리아식 세몰라빵의 여러 장식적 형태를 포함하기도 한다. 다만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역시 리본이나 아코디언처럼 접힌 세르펜티나 형태이다.

참깨가 가득한 이유

시칠리아에서는 참깨를 주주레나(giuggiulena) 또는 치미노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깨 사용은 시칠리아가 아랍의 지배를 받았던 시대에 널리 퍼진 식문화의 영향으로 흔히 설명된다.
마팔다 표면의 참깨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듀럼밀의 은은한 단맛에 구운 견과류 같은 고소한 향을 더하고, 얇은 껍질을 더욱 바삭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참깨빵보다 훨씬 많은 양을 사용하며 빵의 윗부분뿐 아니라 가능한 한 표면 전체에 묻히는 것이 특징이다.

빠네 디 렌티니와 무엇이 다를까?

마팔다와 빠네 디 렌티니는 모두 듀럼밀 세몰라와 참깨를 사용하고 독특한 곡선 형태를 가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성격이 다르다.

 

구분 마팔다 시칠리아나  빠네 디 렌티니
대표 모양 지그재그 리본·세르펜티나 양 끝을 반대로 만 S자
크기 작은 빵부터 중간 크기 전통적으로 약 500g
껍질 황금빛이고 얇고 바삭함 갈색이며 비교적 얇고 부드러움
속살 부드럽고 비교적 가벼움 촘촘하고 탄력 있음
발효 직접 반죽이나 이스트 사용도 흔함 전통적으로 크리셴티 사용
대표 용도 샌드위치·길거리 음식 식사용·보존용 빵

렌티니 빵이 며칠 동안 보관하며 먹는 묵직한 생활 빵이라면, 마팔다와 작은 마팔디네는 갓 구운 상태로 반을 갈라 속재료를 넣어 먹기 좋은 빵이다.

시칠리아에서는 어떻게 먹을까?

마팔다의 가장 단순하고 유명한 조합은 모르따델라이다. 갓 구운 마팔다를 가른 뒤 두툼한 모르따델라를 넣으면 참깨 향과 지방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진다.
다음과 같은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 살라미와 프로볼라
  • 뻬꼬리노와 토마토
  • 튀긴 가지와 파르미자나
  • 빠넬레
  • 가지 카포나타
  • 안초비와 올리브
  • 빠니 카 메우사의 비장과 치즈

특히 작은 마팔디네는 길거리 음식이나 샌드위치에 사용하기 좋은 크기이다. 팔레르모에서는 빠넬레나 비장 요리를 넣는 빵으로도 활용된다.

한국에서 마팔다 시칠리아나 만들기

한국에서도 고운 듀럼밀가루인 세몰라 리마치나타를 구하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기본 배합

  • 세몰라 리마치나타 400g
  • 강력분 또는 중력분 100g
  • 물 310~330ml
  • 인스턴트 이스트 4~5g
  • 소금 10g
  • 올리브오일 15~20g
  • 흰 참깨 넉넉히

세몰라만으로 만들면 듀럼밀 맛이 진하고 조직이 조금 더 탄력 있다. 강력분이나 중력분을 20% 정도 섞으면 반죽이 잘 늘어나고 한국의 부드러운 샌드위치빵에 가까워진다.
사워도우를 사용한다면 활성 발효종 80~100g을 넣고 이스트를 생략하거나 아주 소량만 사용한다.

리본 모양 만들기

반죽을 200~250g씩 나누고 약 50~60cm 길이의 굵은 끈으로 늘인다. 한쪽 끝에서 시작해 좌우로 번갈아 접으며 3~4개의 굴곡을 만든다.
마지막 반죽 끝은 굴곡 위를 세로로 가로질러 놓거나 옆으로 길게 빼서 마무리한다. 반죽 사이를 너무 촘촘하게 붙이지 않아야 발효 후에도 리본 모양이 남는다.
성형한 반죽에 물을 바른 뒤 참깨를 가득 묻혀 2차 발효한다.

한국식 샌드위치로 응용하기

마팔다의 참깨 향은 한국의 익숙한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 햄과 슬라이스 치즈
  • 불고기와 구운 양파
  • 수육과 양배추
  • 닭가슴살과 구운 파프리카
  • 계란말이와 치즈
  • 구운 가지와 된장소스

한국식으로 응용하더라도 소스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얇고 바삭한 껍질이 눅눅해질 수 있다. 수분이 많은 재료는 물기를 제거하고 빵에 넣기 직전에 조립하는 것이 좋다.

만들 때 주의할 점

굵은 세몰리나가 아닌 세몰라 리마치나타를 사용한다

굵은 세몰리나만으로 반죽하면 표면이 거칠고 긴 끈으로 늘이는 과정에서 반죽이 끊어질 수 있다. 빵과 파스타 반죽용으로 곱게 재제분한 세몰라 리마치나타가 적합하다.
굵은 세몰리나를 사용하고 싶다면 전체 가루의 10~15%만 넣고 물에 미리 불린다.

반죽을 너무 단단하게 만들지 않는다

마팔다 반죽은 모양을 유지해야 하지만 길게 늘일 수 있을 만큼 유연해야 한다. 반죽이 단단하면 굴곡을 만들 때 갈라지고, 너무 묽으면 발효하면서 모양이 퍼진다.
물을 일부 남겨두고 반죽 상태를 보면서 추가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죽을 한 번에 길게 늘이지 않는다

반죽을 무리하게 잡아당기면 글루텐이 찢어지고 끈의 두께가 고르지 않게 된다. 짧게 늘인 뒤 10분 정도 쉬게 하고 다시 늘이면 원하는 길이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굴곡 사이에 공간을 남긴다

발효 전부터 반죽을 붙여 놓으면 완성된 빵이 하나의 타원형 덩어리가 된다. 굴곡 사이에 손가락 한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남긴다.

참깨를 아끼지 않는다

참깨는 마팔다의 중요한 맛이다. 표면을 물에 충분히 적시고 참깨 위에 반죽을 굴려 가능한 한 고르게 묻힌다.
참깨가 쉽게 떨어진다면 물에 전분이나 밀가루를 아주 조금 섞어 바를 수 있다. 달걀물을 바르면 윤기는 생기지만 전통적인 담백한 표면과는 조금 달라진다.

지나치게 오래 굽지 않는다

마팔다의 껍질은 얇고 바삭해야 하며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빠네 네로나 큰 식사용 빵처럼 오랫동안 굽지 않는다.
220~230℃에서 크기에 따라 약 20~30분 굽는다. 작은 마팔디네는 더 빨리 익으므로 색을 확인하고 꺼내야 한다.
마팔다 시칠리아나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빵을 단순한 덩어리로만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듀럼밀 반죽을 리본처럼 접고 표면을 참깨로 가득 덮어, 일상적인 빵에도 장식성과 이야기를 더했다.
정확한 탄생 장소는 분명하지 않지만, 왕녀의 이름을 얻은 이 빵은 오늘날 왕실보다 시칠리아의 평범한 빵집과 길거리 음식 속에서 더 생생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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