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팔레르모의 둥근 참깨빵, 바스테따(Vastedda)

corita40019 2026. 7. 30. 16:39

시칠리아 빵 시리즈에서 이번에 소개할 빵은 **바스테따(Vastedda)**이다. 둥글고 납작한 모양에 참깨를 뿌려 굽는 팔레르모의 전통 빵으로, 화려한 모양보다는 속재료를 든든하게 받아주는 실용적인 빵에 가깝다.

 

바스테따라는 이름은 시칠리아에서 납작하고 둥근 형태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지역에 따라 크기와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팔레르모식 바스테따는 보통 둥근 빵이나 작은 참깨빵 형태로 만든다. 겉은 노릇하고 고소하며 속은 부드럽고 치밀해 반으로 갈라 속재료를 넣기에 좋다. 팔레르모에서는 둥근 큰 빵을 가리키기도 하고, 샌드위치용으로 만든 작은 빵을 뜻하기도 한다.

 

시칠리아의 여러 빵처럼 바스테따에도 **재분쇄 듀럼밀 세몰라(semola rimacinata di grano duro)**가 사용된다. 세몰라 특유의 따뜻한 황금빛과 구수한 향이 나고, 겉에 붙인 참깨는 구워지면서 더욱 진한 고소함을 더한다. 밀가루만으로 만든 부드러운 햄버거 번과 비교하면 속살이 조금 더 탄탄하고 씹는 맛이 있다.

 

바스테따를 유명하게 만든 음식은 팔레르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빠니 까 메우사(pani câ meusa)**다. 바스테따를 갈라 돼지기름에 익힌 송아지의 지라와 허파 등을 채우고, 취향에 따라 리코타나 까초까발로를 곁들인다. 빠니 까 메우사는 길거리 음식 편에서 이미 자세히 소개했으므로 여기에서는 바스테따라는 빵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바스테따와 비슷한 이름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 음식도 있다. **바스테따 델라 발레 델 벨리체(Vastedda della Valle del Belìce DOP)**는 빵이 아니라 양젖으로 만드는 시칠리아의 신선한 파스타 필라타 치즈다. 납작하고 둥근 형태가 닮아 같은 이름으로 불릴 뿐, 여기에서 소개하는 팔레르모의 바스테따 빵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바스테따는 꼭 내장 샌드위치로만 먹어야 하는 빵은 아니다. 갓 구운 빵을 갈라 올리브오일과 오레가노를 뿌리고 토마토, 안초비, 치즈를 넣으면 간단한 시칠리아식 한 끼가 된다. 가지구이, 파프리카, 살라미, 프로볼라를 넣어도 잘 어울린다.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성형 없이도, 듀럼밀의 향과 참깨의 고소함만으로 시칠리아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빵. 바스테따는 팔레르모의 길거리 음식이 빵과 속재료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해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팔레르모의 바스테따가 빠니 까 메우사를 담는 그릇이라면, 빵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그 맛과 식감을 완성하는 중요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시칠리아 전통 빵 소개, Visit Sicily의 빠니 까 메우사 설명

 

한국에서 바스테따를 만들어 먹는 방법

한국에서도 바스테따의 맛과 식감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재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재분쇄 듀럼밀 세몰라(semola rimacinata di grano duro)**이다. 온라인에서 ‘세몰라 리마치나타’ 또는 ‘듀럼밀 재분쇄 세몰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파스타를 만들 때 사용하는 거친 세몰리나가 아니라, 빵 반죽에 적합하도록 곱게 간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세몰라 리마치나타만 사용하면 반죽이 다소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처음 만들 때는 세몰라 리마치나타 70%와 강력분 30% 정도로 섞으면 좋다. 듀럼밀 특유의 황금빛과 구수한 향은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익숙한 부드러운 빵의 식감도 살릴 수 있다. 빵 표면에는 흰 참깨를 넉넉하게 묻혀야 바스테따 특유의 고소한 향이 살아난다.

 

세몰라 리마치나타를 구하기 어렵다면 강력분과 중력분을 섞어 둥근 참깨빵으로 만들 수 있다. 정통 바스테따의 색과 곡물 향은 약해지지만, 설탕과 버터를 많이 넣지 않고 표면에 참깨를 충분히 뿌리면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직접 만들기 어렵다면 시판 햄버거 번보다는 단맛이 적고 속이 조금 탄탄한 참깨 하드롤이나 둥근 치아바타를 고르는 편이 낫다.

 

팔레르모에서는 바스테따에 송아지의 지라와 허파를 넣어 빠니 까 메우사를 만들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부위를 구하기도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따라서 빵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속재료를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가장 시칠리아다운 조합은 토마토와 안초비, 올리브오일, 오레가노, 모차렐라 또는 프로볼라를 넣는 것이다. 구운 가지와 파프리카를 넣으면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지중해풍 샌드위치로 만들 수 있다.

 

한국적인 재료를 넣고 싶다면 얇게 썬 수육에 소금, 후추와 레몬즙을 뿌리고 리코타나 담백한 크림치즈를 곁들이는 방법이 잘 어울린다. 국물을 충분히 졸인 불고기나 제육볶음을 넣어도 바스테따의 탄탄한 속살이 고기와 양념을 잘 받아준다. 다만 양념이나 기름이 너무 많으면 빵이 눅눅해지므로 고기는 물기 없이 볶고, 빵의 자른 면을 살짝 구운 다음 속재료를 넣는 것이 좋다.

 

바스테따는 꼭 빠니 까 메우사로만 먹어야 하는 빵이 아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속을 채워도 듀럼밀의 구수한 향과 참깨의 고소함을 살린다면 바스테따의 특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정통 음식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시칠리아 빵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식재료를 연결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응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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